2009년 11월 03일
어머니는 울고,
다 죽어가는 겨우 세 살배기 열이 펄펄 끓는 가슴팍에 간호사 두명이 아예 올라 타서 이마를 움켜 쥐고
링거 바늘 꽂을 혈관을 뒤적거리고 못보겠더라, 병동 들어온지 스무날인데 다 귀찮다는 생각 뿐 내 새끼
오늘 내일 하는 이 순간에도 칠삭동이들이 사팔뜨기들이 합죽이들이 육손이들이 등뼈가 바스러진 앉은
뱅이들이 뇌 속에 노란 별 일곱개쯤 달고 미끌미끌한 핏덩이들이 뭉텅이 우글거리며 어머니 다리 밑으로
쏟아져 떨어지고 있겠지 목숨 걸고 입술 하얗게 마른 어머니들 슬리퍼를 벗어 던지고 금속제 높은 침대
위로 뛰어 올라 미역국을 먹겠지 아주 스스로를 대단하게 여기며, 집에 가고 싶고 배고프고 자고 싶고
보호자 대기실에서 어머니는 울지만 나는 울지 않는다 얼음 같이 찬 손가락 찢어진 손톱 끝들 물어 뜯으며
내가 알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천박한 단어들을 씹어 본다 천박한 것들 엉터리 같은 수작들, 어머니에 대해
무언가 쓰겠다는 무언가 알고 있다는 어머니가 없었다면 태어나지 않았을 어머니가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되는가에 대한 단어들, 책 만들어 팔고 약 지어내 팔고 장사치들 그것들 낳느라고 목숨 걸고 어머니들
미역국 먹었겠지 그 단어들,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대단하다고 여기는 어머니들 그 짜증나는 빈 깡통들
그냥 참고 살다보니 칭찬 받는 단어들에 기대어 빌빌대는 안일한 침묵들 필요한 말만 하고 살다보니
필요해진 것 뿐인 핑곗거리들,
미지근한 물에 적신 수건으로 불덩이 내 새끼 알몸 닦아가며 스무날 째 새까맣게 썩어가는 바늘 자국
봐라 목숨 걸고 하필이면 내 다리 밑으로 쏟아져 떨어진 내 새끼 고생하는 것 봐라 누구라도 나를 칭찬하는
단어들을 입에 담을 수 없다 어머니는 울지만 나는 울지 않는다 어머니가 어떻게 어머니를 배신하게
되는지 그런 단어들을 내 다리 밑에 양재기를 가져다 놓고 허리 숙여 플래쉬 켜고 뒤져라 실컷 봐라 샅샅이
장사치들 누구라도 나를 용서하도록 놔두지 않으리라 그런 어머니를 이야기 하는 단어들과 어머니가
없었다면 태어나지 않았을 그 목숨 걸고 고생하는 핏덩이들과, 나는 이제 어머니도 아니다.
# by | 2009/11/03 07:16 | 자기 소개 | 트랙백 | 덧글(0)



